미니멀리즘은 1960년대 초 뉴욕에서 탄생했다. 예술은 진부하고 학문적이라 생각한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나타난 운동이다. 이 운동의 젊은 예술가들은 다양한 분야의 관습적인 경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극적인’ 예술보다 차갑고 냉정한 것을 선호했다. 산업적인 재료로 조각을 만들었고, 추상 표현주의가 추구하는 표현의 과잉을 거부하고 작품의 익명성을 강조했다. 예술가들은 명백한 상징주의와 감정적인 내용을 피하는 대신, 작품의 물리적 특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1970년대 말까지 이 운동은 미국과 유럽 전역에서 유행했다. 박물관의 큐레이터, 미술상, 각종 출판물들이 미니멀리즘을 소비했고, 수많은 예술 애호가가 후원했다. 이후 포스트 미니멀리즘이라는 새로운 운동의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주요 특징
미니멀리즘은 형식과 내용의 표현을 최소한으로 하는 예술 운동이다. 이 운동은 대중에게 주로 조각품으로 이름을 알렸다. 직렬 설치 또는 반복되는 투박한 직선 구성을 선호하는 특징이 있다. 모델링, 조각, 주조 등 전통적 조각 기법에서 벗어나 철물점에서 판매하는 재료들, 공장의 조립 기술 등을 차용한다. 이는 완전히 새로운 방법은 아니지만 미니멀리즘 운동은 실존하는 존재 이상의 것에 대한 관심의 표현으로 이러한 기법을 사용했다. 이 운동의 지지자들은 작품에 내포된 메시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정 대상(specific object)’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미니멀리즘의 선구자인 도널드 저드는 ‘작품을 보면서 비교하고, 분석하고, 깊게 이해해야 할 것들이 많을 필요는 없다. 그 작품 자체가 흥미로운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운동은 20세기 초 기하학 추상에서 나타난 본질주의의 부활을 상징한다.
도널드 저드
미술 평론가이자 예술가인 도널드 저드(Donald Judd)는 미니멀리즘의 동의어와 다름없다. 이 운동의 핵심 개념을 정립한 저드는 정제된 ‘상자’의 형태의 미니멀리즘 작품을 만들었다. 그의 상자는 뛰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바닥뿐만 아니라 벽에도 설치할 수 있다. 상단의 측면은 닫혀있기도, 열려있기도 한다. 그 속은 비어 있을 때도 있고, 구획으로 나누어져 있을 때도 있다. 이 ‘상자’ 작품은 소규모에서 시작해 기념비적인 규모로까지 확장된다. 재료는 합판, 콘크리트, 강철, 구리 등이 사용됐는데, 이 재료들을 단독으로 또는 조합하여 사용한다.
미니멀리스트 조각
미니멀리스트는 주로 3차원의 물체를 만들거나 조각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것이 이 운동을 가장 급진적으로 실험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형태를 산업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드는 작품은 작가의 흔적을 제거하기 쉬웠다. 이러한 미니멀리스트의 강조는 조각보다는 단순한 사물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전통적인 조각이 그러했던 것처럼 작품을 받침대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바닥에 배치하는 방식은 이 운동의 혁신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했다.
사물 표면에 집중하고 작가의 흔적을 배제하는 것은 사물의 메시지가 관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뜻했다. 이에 따라 작품이 설치되는 물리적인 공간도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미니멀리스트 회화
미니멀리즘은 주로 조각 분야에서 발달했지만, 회화에서도 그 빛을 발했다. Frank Stella , Ellsworth Kelly , Agnes Martin, Robert Ryman 등은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 화가다. 이 예술가들은 상당히 단순한 그림을 그렸다. 기본 구성, 기하학적 구성이 최소한으로 그려진 단순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그림의 부피 그 자체로 사물로 여겨질 수 있는 작품을 선보였고, 예술 분야간의 보이지 않는 벽에 의문을 제기하기 위해 다양한 그림 재료를 혼합했다.
주요 작품
화이트 큐브, 솔 르윗
르윗(LeWitt)은 미니멀리스트 그룹의 핵심 인물이다. 야외 모듈식 구조 작품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네모난 큐브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비교적 흥미롭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 말은 미니멀리스트 예술가들이 도달하고자 했던 목표가 즉, 물체를 통해 다른 상징이나 표현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물체 그 자체를 드러내는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이러한 미니멀리스트의 목표는 르윗의 작품처럼 제목이 없거나 단순 설명을 제목으로 하는 작품에서 잘 나타난다. 큐브 자체는 흥미롭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르윗은 이 형식을 자신의 작품의 소재로 가장 자주 사용했다. 무한 반복되고 확장될 수 있는 모듈 시스템 구조에 대한 관심은 격자형 형식으로 강조했다. 때때로 시각적 혼란을 야기하는 그의 작품은 색상의 부재, 기하학적 명확함을 드러내며 미니멀리스트 미학에 딱 맞아떨어진다.
포스트 미니멀리즘
1960년대가 진행되면서, 미니멀리즘이 낳은 파생물은 포스트 미니멀리즘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한다. 리차드 세라의 작품처럼 포스트 미니멀리스트는 미니멀리즘의 엄격한 외양에 도전했다. 캘리포니아의 로버트 어윈은 희미한 줄무늬가 그려진 발광 디스크를 그렸는데, 1969년에는 반투명 스크린 뒤에 광원을 숨긴 대형 설치물 작업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그의 설치작업물은 캘리포니아 조각가 래리 벨과 제임스 터렐이 작품속에서 추구하는 빛과 우주 운동에 영감을 주었다.
로버트 스미슨(Robert Smithson)은 대지 예술 전시회를 기획하며 전통적인 조각 예술의 개념에 도전했다. 미니멀리스트의 정의를 확장시킨 이 전시에서 그의 ‘Earthworks’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불도저로 만들어졌으며 사진으로만 표현됐다. 스미슨 이후, Richard Long, Michael Heizer, Walter De Maria 등은 미술관에서 벗어난 예술을 추구했다. 땅, 지구 그 자체를 예술의 한 재료로 만든 것이다. ‘조각’과 ‘물체’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지며 새로운 예술의 정의가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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