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국 예술가들, YBA(Young British Artists)는 1980년대 후반 런던에서 시작한 예술가 그룹이다. 런던에서 만난 이 예술가들은 20세기 후반을 뜨겁게 달군 두 개의 전시(‘Freeze(1988)’, ‘Sensation(1997)’)에 참가했다. 199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이들은 기업가 정신, 과감하고 충격적인 기법의 사용 등으로 유명하다.이들의 유명세는 이들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예술가들로 만들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스타일을 차용하는 이들의 작품은 주제 선택과 부족한 예술 기법으로 인해 미디어의 비판을 받아왔다.
주요 특징
YBA는 과하게 폭력적이고 음란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관객들에게 충격을 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영국의 타블로이드 미디어의 보도는 이들의 유명세를 극대화하는데 한 몫 했다.
또한, 이들은 작품을 개방적인 태도로 작품의 재료를 선택하고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들이 다녔던 골드 스미스 칼리지의 미술 학사 과정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YBA 작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실험과 결이 비슷하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유럽과 미국의 예술계를 지배했던 포스트모더니즘은 예술의 계급을 없애고 전통의 미술 재료를 거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모두 YBA의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이다.
YBA의 시작
1980년대 영국 런던은 예술의 중심지가 아니었다. 베를린이나 뉴욕에 비해 뒤쳐져있었다. 영국의 수도 런던은 금융 산업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빈곤했다. 이 때문에 부유하고 세련된 문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독일에 비해 현대 미술관의 개수가 훨씬 적었다. 그러다보니 런던에서 포스트모더니즘 작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국과 독일의 예술가들은 픽처스 제너레이션(Pictures Generation), 노이에 와일덴(Neue Wilden), 스트릿 아트(Street Arts)와 같은 최신 포스트모더니즘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런던에서는 이런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당시 20대 초중반이었던 YBA 예술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았다. 예술의 불모지인 런던 땅을 성장의 기회로 삼았다. 도시의 산업 황무지에 창고를 저렴하게 임대해 전시회를 열었고, 초기의 성공을 거둔다.
YBA의 많은 예술가들은 런던의 골드 스미스 칼리지에서 미술 공부를 했다. 이곳에서 이들은 Michael Craig-Martin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Craig-Martin은 이들이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어 앞으로 더 크고 지속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도왔다.
Freeze 전시회
가장 유명한 YBA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가 골드 스미스 재학 시절 기획한 전시회 ‘Freeze(1988)’는 이들의 등장과 런던 예술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허스트는 황폐화된 부둣가에 있는 폐쇄된 런던 항만청 건물에서 전시를 열었다. Sarah Lucas, Mat Collishaw, Anya Gallaccio, Angus Fairhurst 및 Michael Landy 등 당시 허스트와 같이 골드 스미스에서 공부중이었던 학생들이 이 전시에 참가했다. 교사인 Michael Craig-Martin은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유명 박물관 큐레이터들을 이 전시에 데려왔다. 그리고 이 전시는 예술품 애호가이자 광고계 거물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의 관심을 끌게 되었고, 그는 훗날 YBA의 가장 큰 후원자가 됐다.
이 전시 이후 YBA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졌다. 이들은 1990년대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전통적인 영국 예술가들이 걸어온 길을 무시한 이들은 성공적으로 개인전을 이어갔고 중요 박물관에 작품이 팔리는 등 명예와 부를 한꺼번에 얻었다.
주요 작품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 Living Living, 1991), 데미안 허스트
YBA의 가장 상징적인 작품이다. 예술계에서는 간단하게 ‘상어’라고도 한다. 상어의 몸이 포름알데히드 속에 갇혀있는 작품이다. 수조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어는 살아 있어 보이기도 하고, 죽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포스트 모더니즘과 다다이즘의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1992년 런던 세인트 존스 우드에 있는 허스트의 갤러리에서 열린 YBA쇼에서 전시됐다. 찰스 사치의 의뢰로 제작됐으며, 2004년 스티븐 코헨이 800만 달러를 주고 구매했다. 작품 속 상어의 상태가 갈수록 안 좋아지면서 코헨으 교체비용을 지불하기도 했다. 예술계에서는 지금의 상어가 작품이 처음 소개될 당시의 작품과 같은 것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허스트는 작품 자체보다 제작 의도에 초점을 맞추자는 개념주의적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반면, 미술품 보존가와 같은 전통주의자는 그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YBA 이후
이들은 이제 대부분 50대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도 이들은 미술품 경매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엄청난 인기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허스트의 작품은 특히 인기가 많으며, 그가 엄청난 재산을 축적할 수 있게 해줬다. 그의 개인 순자산은 10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런던의 갤러리는 여전히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1984년 설립된 터너상은 YBA가 예술계에 등장한 이후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터너상은 50세 미만의 영국 예술가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여전히 90년대 활동했던 YBA와 같은 주제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발렌틴 루리(Valentin Ruhry)와 미국의 대런 베이더(Darren Bader) 등의 현대 조각가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레디메이드’ 개념의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비디오 아티스트 로르 프루보스트(Laure Prouvost)와 마리 자코티-보야치스(Marie Jacotey-Voyatzis)등과 같은 여성 예술가들은 트레이시 에민이 그랬던 것처럼 자서전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